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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왜 돈이 ‘비자연적’이라고 했을까?

by memosttep 2025. 8. 2.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에 대해 놀랍도록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돈이 돈을 낳는 구조”를 비자연적이며 위험하다고 보았고,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돈 철학을 통해 경제의 윤리성과 인간다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돈이 ‘비자연적’이라고 했을까?

1.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연스러운 교환’과 ‘비자연적인 돈벌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경제 활동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생존과 공동체의 유지에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는 자연스러운 교환, 다른 하나는 돈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비자연적인 축재입니다.

예를 들어, 어부가 고기를 잡아 농부의 곡식과 바꾸는 행위는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교환이며, 이는 자연스럽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고, 그 이익을 다시 돈으로 바꾸어 더 많은 돈을 벌려는 행동은 본질적으로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고리대금을 비판했습니다. 돈이 단순한 교환의 수단에서 벗어나, 돈 그 자체가 돈을 낳는 구조는 생명 없는 것에서 생명을 뽑아내려는 부자연스러운 시도라고 봤습니다. 그는 이를 도덕적 타락으로 간주하며,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행위로 여겼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투자 수익, 금융 상품, 대출 이자 등의 구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준에서는 모두 ‘비자연적’인 경제 활동으로 분류됩니다. 그의 시각은 경제의 근본 목적과 인간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드는 철학적 경고입니다.

2. 돈이 목적이 될 때, 삶은 방향을 잃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 불렀습니다. 이 말은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며, ‘좋은 삶(the good life)’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는 삶의 최종 목적은 ‘행복(eudaimonia)’이며, 돈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돈 자체를 삶의 목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많은 연봉, 더 큰 집, 더 비싼 자동차를 추구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왜 필요한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놓쳐버리곤 합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수단과 목적의 전도’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입니다.

그는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채우는 범위 내에서 절제되어야 하며,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보았습니다. 돈이 삶의 도구가 아닌 인간의 가치와 존재를 규정하는 수단이 될 때, 우리는 경제적 풍요 속에서도 심리적·윤리적 빈곤을 겪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단순한 고대의 이론이 아닌, 현대 자본주의가 마주한 딜레마를 꿰뚫는 통찰로 작용합니다. 그는 경제 활동을 인간답게 만드는 최소한의 윤리를 강조하며, 진정한 ‘좋은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합니다.

3. 현대 자본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돈 철학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경제적 효율과 수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주식, 코인, 부동산, AI 투자처럼 돈이 돈을 낳는 구조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자산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일수록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더 큰 울림을 줍니다.

그는 돈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되며, 모든 경제 활동은 공동체의 정의와 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경계한 고리대금이나 무제한의 축재는 오늘날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윤리적 소비, 사회적 기업 등의 흐름과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는가”와 “그 돈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돈 자체보다 돈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에 주목했으며, 그것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믿었습니다.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를 고려하는 경제 철학을 재조명할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전히 유효한 답을 제시합니다. 그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돈은 당신을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당신을 지배하는 주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