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는 강렬하고도 도발적인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인간이 기존의 도덕, 제도, 종교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초인(Übermensch)’입니다. 그렇다면 니체가 말한 초인이 되기 위해선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니체의 사상을 통해 부, 자본주의, 인간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
1. 니체의 초인이란 무엇인가? 힘, 자율성, 가치 창조
니체가 말한 초인은 단순히 힘센 사람이나 권력자인 것이 아닙니다. 그는 기존의 도덕 체계나 종교적 명령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를 초인이라 불렀습니다. 초인은 자기 삶의 주인이며, 고통을 견디고 삶을 긍정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가 비판한 대상은 ‘노예 도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강자와 부자를 미워하고, 자신의 무능을 정당화하기 위해 겸손과 순종을 미덕으로 삼습니다. 이러한 도덕은 기득권과 종교가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니체는 이를 “약자의 도덕”이라 비판했습니다.
그에 반해 초인은 자기 내면의 충동과 의지를 긍정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니체의 초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자수성가형 성공인”과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다릅니다. 초인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기호를 초월하여 자기만의 가치를 구축한 자입니다.
따라서 니체가 말한 초인은 반드시 부자여야 하는 것도, 사회적 권력을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도구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집착하지 않고 넘어서는 사람이 진정한 초인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2.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힘’은 곧 ‘돈’일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곧 힘입니다. 자본은 의사결정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자유로운 선택의 폭을 넓히며, 심지어 윤리와 도덕을 넘어설 수 있는 권력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니체의 철학을 이 사회에 적용했을 때, 초인이 되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까요?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자율성을 가능하게 하고, 자율성은 가치 창조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어야 직장을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며, 기존 질서에서 벗어난 도전을 할 수 있죠.
하지만 니체의 입장은 훨씬 더 근본적입니다. 그는 ‘힘’이란 돈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방향을 설정하는 내적 능력이라고 봤습니다. 즉, 돈을 가졌어도 타인의 인정을 좇고, 소비와 비교에 집착하는 사람은 초인이 될 수 없습니다.
니체는 “너의 가장 깊은 고통은 너의 가장 위대한 힘이다”라고 말합니다. 초인은 자신의 한계, 트라우마, 사회적 낙오까지도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듭니다. 결국 초인은 돈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 없이도 자기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3. 니체의 사상으로 본 ‘가난한 초인’은 가능한가?
흥미롭게도 니체 자신은 가난한 철학자였습니다. 생전에 큰 명성을 얻지 못했고, 병과 우울, 사회적 고립 속에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유와 가치에 확신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철학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습니다.
이 점에서 볼 때 ‘가난한 초인’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니체의 초인은 물질적 부보다는 자기 극복(self-overcoming)을 통해 완성되며, 부의 유무와는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오히려 돈에 종속되지 않고, 소비의 유혹과 비교 경쟁에서 벗어나는 능력이야말로 초인의 자질일 수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돈이 없는 삶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가치 창조나 철학적 사고는 사치로 여겨지기도 하죠. 그러나 니체는 그런 한계 조건 속에서도 의지를 갖고 삶을 긍정하는 자세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힘이라 말했습니다.
결국 초인은 부자가 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돈의 기준을 넘어선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안에서 우리는 니체의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너는 네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돈이라는 조건을 넘는 내적 성장을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